바둑 좋아하고 아담한 신라 공주였을까

입력 2020-12-07 17:16   수정 2020-12-08 00:31


왕족과 귀족 등 신라 최고위층 무덤이 밀집한 경주 쪽샘지구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에서 1500여 년 전 신라왕족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착용한 호화 장신구들이 대거 출토됐다. 바둑돌과 돌절구, 비단벌레 금동장식 등도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해온 쪽샘지구 44호분에서 지난달 무덤 주인공이 착장한 상태로 묻힌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은제허리띠 1점씩과 금·은 팔찌 12점, 금·은 반지 10점 등 장신구 일체,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금동장식 수십 점, 돌절구와 공이, 바둑돌 200여 점, 운모 50여 점 등을 한꺼번에 발굴했다고 7일 발표했다. 무덤의 조성 시기는 출토된 토기, 금귀걸이, 금팔찌의 형태가 금관총 출토 유물과 비슷해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됐다.

돌무지덧널무덤은 지면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을 놓은 뒤 돌을 쌓아 올린 고분 양식이다. 44호분은 봉분 지름이 동서 30.82m, 남북 23.12m로 신라 고분 가운데 중형급에 속하지만 무덤 주인은 최상위 계층인 왕족 여성으로 추정됐다.

왕족으로 보는 근거는 여럿이다. 우선 장신구 조합이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출토되는 전형적인 양식이다. 특히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가 달린 금구슬·은구슬을 네 줄로 엮어 곱은옥(곡옥)을 매달았는데, 경주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장식대도가 아니라 은장식의 작은 손칼을 지닌 점으로 봐 무덤 주인공은 왕족이며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는 추정했다. 이 연구소의 심현철 연구원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설명회에서 “착장한 유물로 볼 때 무덤 주인공의 키는 150~155㎝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연구소의 추정이다.

비단벌레 금동장식은 지금까지 신라 고분에서 확인된 적이 없는 크기와 형태여서 주목된다. 피장자 머리맡의 부장품 상자에서 나온 수십 점의 금동장식은 비단벌레 딱지날개 두 장을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의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한 것이다. 크기는 가로 1.6㎝, 세로 3.0㎝, 두께 2㎜ 정도의 소형이다. 말 안장이나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린 판)에 매달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생불사를 지향하는 도교의 신선 사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유물들도 여럿 나왔다. 바둑돌 200여 점은 피장자의 발치 아래에 묻힌 토기들과 함께 발견됐다. 지름 1~2㎝, 평균 1.5㎝ 정도의 검은색, 흰색, 회색의 손톱만 한 돌이며, 가공한 흔적이 없어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신라시대 바둑돌은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200점), 서봉총(2점) 등 최상위 계층의 적석목곽묘에서만 출토됐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8세기 효성왕이 바둑을 뒀다는 내용과 신라 사람들이 바둑을 잘 둔다는 내용 등이 확인된다. 이번에 나온 바둑돌은 이런 사례와 더불어 신라에서 바둑문화가 성행했음을 입증하는 실물자료가 될 전망이다. 또 바둑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도 바둑을 즐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장품 상자가 있던 곳의 쇠솥 옆에서 확인된 돌절구와 공이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크기는 높이 13.5㎝, 폭 11.5㎝로, 손바닥보다 작다. 연구소는 “절구의 용량이 약 60mL여서 곡물을 빻는 용도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부장됐거나 약용 절구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피장자 주변에서 발견된 50여 점의 운모, 안료 또는 약재로 쓰였던 경면주사(鏡面朱砂)나 진사(辰砂)의 흔적으로 보이는 붉은색 물질 등도 도교에서 ‘신선의 약’으로 여겼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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